올림포스 신들의 주제어를 알아보는 마지막 글입니다. 오늘 소개할 네 신은 젊은 축에 속하고 은혜를 많이 주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디오니소스
알딸딸 탄, 천하태평, 인사불성, 회복 탄력성, 끝없는 축배, 둥실둥실, 개인 융자, 흥청망청 — 얼핏 봐도 술과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테마가 느껴집니다.
Hey, pull yourself together, baby, we're just getting started!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해롱해롱하면 곤란해, 동생!
▶ '정신이 혼미하다'같이 딱딱한 표현보다, 해롱해롱하다고 하면 취한 모습이 연상되지 않나요?
Hey now, come on, that isn't cool! Although you want to know what is? Haha, I think you do, hahaha!
▶ 거기 너, 조심해, 그러면 재미없어! 그럼 재미있는 건 뭔지 알아? 하하, 궁금하지, 하하하!
cool은 디오니소스가 참 좋아하는 단어인데, 여러 의미로 쓰기 때문에 매번 같은 단어로 옮기지는 못했지만 '재미'나 '흥'으로 옮긴 경우가 많습니다.
Well cheers I've not much sanity to spare! Sounds like you'll be around, you've got the special pass, so stop by anytime!
아 뭐 나야 머리가 띵한 게 일상인걸! 듣자 하니 계속 찾아올 모양인데, 너는 특별 출입권이 있으니까 언제든 들러!
▶ 원문은 직전 대사에서 멜리노에가 언급한 sanity를 디오니소스가 sanity로 받습니다. 번역문은 첫째 sanity를 '머리 아프다'로 처리했기에 둘째 sanity는 숙취가 연상되는 '머리가 띵하다'로 받습니다.
Take it from me, there is never a bad time for a good feast!
내가 보증하는데, 흥겨운 연회를 베풀기 안 좋은 때는 없어!
▶ '흥'은 작중에서 사실상 파티의 신인 디오니소스에게 어울리는 테마어입니다. 영한 번역문에서 으레 보이는 '멋진' 따위의 상투적 표현보다 한결 우리말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Looking good, mate! Yeah, the water's fine! How's the drink, you need another yet, or what?
보기 좋구만, 친구! 그래, 물 좋네! 술맛은 어때, 한 잔 더?'
▶ 직역이지만, 한국어에서는 '물 좋다'가 관용어이기 때문에 중의성이 생겼습니다. 은근히 성적인 암시를 하는 것도 작중 디오니소스의 특징입니다.

아테나
신성한 돌진, 수비 태세, 꿋꿋한 저항, 되찾은 신념, 방진 탄환, 정신 방벽, 정의의 창끝, 전담 지원 —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지만, 작중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전쟁의 여신이라는 측면이 강조됩니다. 지혜의 여신이라는 측면도 전(戰)략가로서 표현됩니다.
On the contrary, our Automatons have quite effectively held many of our enemies at bay.
그 반대일세. 우리 자동인형들이 적군 다수를 효율적으로 몰아냈지.
▶ 그냥 적이라도 해도 됐을 것을 적군(軍)이라고 한 단어 선택을 주목할 만합니다.
Then let us lure this Typhon toward the summit, where our strength combined with yours is the best opportunity we have... and please take care, Cousin.
정상에서 우리와 자네가 힘을 합치는 편이 가장 승산이 높을 테니, 티폰을 그리 유인하도록 하세… 부디 조심하게, 사촌.
▶ 가장 좋은 기회라든가, 가장 성공 확률이 높다든가 하는 것보다 가장 승(勝)산이 높다고 하는 편이 전쟁에 어울립니다.
Another victory is within reach; go take it, and I'll cover you as you proceed.
목전에 있는 승리를 거두러 가게. 내가 자네의 진격을 엄호하겠네.
▶ '진전'보다는 아무래도 '진격'이 군사 작전 같은 느낌이 납니다.
I laud your ingenuity... you, or whoever plotted such a course, that turns the enemy's advance to an advantage.
적의 진군을 역이용하다니 실로 기발한 착상이군… 이 경로를 짠 것이 자네인지 누구인지 모르겠네만 찬사를 보냄세.
▶ 비슷한 이유에서 '전진'보다는 '진군'이 전략가다운 어휘입니다.
What use is a good strategy without the necessary skill to see it through?
뛰어난 전략인들 그것을 꿰뚫어 볼 혜안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나?
▶ 굳이 아테나가 아니었어도 '혜안'이 좋은 번역이었겠지만, 마침 지혜의 여신이니 더할 나위 없습니다.

헤르메스
기민한 동작, 기민한 정신, 신속 대응, 거침없는 속도, 잰 발걸음, 황급한 후퇴, 까다로운 표적, 일확천금, 연쇄 처단, 여행 특가, 성공 신화, 무리한 요건, 생명 수당 — 주 테마가 속도라면 부 테마는 여행, 돈입니다.
What a customer, the Titan of Time! I've not met Gramps before, though I can imagine what he must be like. Used to wonder how come my pop and his brothers were so dodgy sometimes. Now I know where they got it from!
시간의 티탄이라, 거물은 거물이야! 할부지를 직접 만난 적은 없어도, 대충 어떤 위인일지 짐작이 가. 가끔은 아빠랑 삼촌들이 하도 계산속이 빨라서 신기할 때가 있었는데, 그게 누구한테 물려받은 건지 알겠다니까!
▶ 원문의 dodgy는 dodge를 연상시키는 테마어인데, '계산속이 빠르다'로 옮겨서 테마성을 살렸습니다.
Got something here should put a real spring in your step!
이게 있으면 발걸음이 날아갈 듯 경쾌해질 거야!
▶ 헤르메스가 날개 달린 신발을 신은 모습으로 자주 묘사되는 점을 감안한 번역입니다.
They say to not be hasty, but then what do they know, right?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건 뭘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라니까?
▶ 대응하는 한국어 속담이 있는 것부터 다행스러운 일인데, 마침 여행은 헤르메스의 테마이니 더욱 좋습니다.
Be safe!
길 조심해!
▶ '몸조심해'로 옮길 것을 좁혀서 '길 조심해'로 옮긴 것은 여행이라는 테마 때문입니다. 원문에서 헤르메스가 safe travels라는 인삿말을 즐겨 쓰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M, I would never mean to slow you down, especially as you get started for the night! So you go on and pick something, and then get out of there!
M, 네 걸음을 늦출 생각은 추호도 없어. 오늘 밤에 갈 길이 구만리잖아! 그러니까 얼른 하나 골라서 거기서 나와!
▶ 마찬가지로, '걸음'과 '길'이라는 구체적 단어 선정은 여행이라는 테마를 의식해서입니다.

아르테미스
지원 사격, 약점 공략, 그림자 급습, 성한 사냥감, 죽음의 덫, 손쉬운 표적, 사형 선고, 일격 필살, 나지막한 기도 — 사냥, 궁술, 야생 등을 테마 어휘로 삼습니다.
He's bloodied... go for the kill.
사냥감이 피투성이가 되었으니… 가서 숨통을 끊어.
▶ 무난하게 번역하면 '그놈'쯤이 되었겠지만, 멜리노에의 과업을 수 차례 사냥에 빗대는 아르테미스이니만큼 '사냥감'이 좋아 보입니다.
May your aim ever be true. Not unlike mine!
네가 백발백중하길 기원할게. 마치 나처럼!
▶ 여기서 true는 겨냥이 정확하다는 뜻으로, 아르테미스를 대변하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원작 Hades에서 아르테미스의 마법 은혜 이름이 진실된 탄환(True Shot)이었죠.
We're the Silver Sisters, and we never miss our mark.
우리들 은빛 자매는 과녁을 빗맞히는 법이 없지.
▶ miss the mark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다'라는 관용구지만, 직역하면 '표적을 맞히지 못하다'라는, 활쏘기를 연상시키는 표현입니다. 넓은 의미에서 목표를 뜻하는 '과녁'을 써서 두 의미를 다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Good hunting.
사냥에 행운을 빌어.
▶ good hunting은 꼭 사냥이 아니라 무슨 일이든 힘내라는 뜻의 숙어지만, 여기서는 멜리노에의 과업이 실제로 일종의 사냥이기에 직역해도 무방하겠습니다.
Appreciate the backup.
지원 사격 고마워.
▶ 멜리노에가 아르테미스에게 하는 대사입니다. '지원 사격'은 도움을 가리키는 숙어지만, 이 경우에는 말 그대로 지원 사격이었죠. 위의 두 예시에서 보셨듯, Hades II 원문은 이렇듯 '관용어를 문자적 의미로 쓰는' 언어유희가 흔하기에, 비슷한 말장난을 번역문에서 재현할 기회가 있으면 최대한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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