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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리는 것들

'것'은 한국어 입말에서 참 애용되는 표현입니다. 무슨 문장이든 '것'을 넣으면 더 원어민스러워진다고 하면 과언일까요? '그건 왜 그럴까'보다 '그건 왜 그런 걸까'가, '그건 좋지 않다'보다 '그건 좋은 게 아니다'가 일상에서 들을 법한 문장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간결함이 미덕인 글말에서는 (설령 대화문이라도) 이렇듯 별 뜻 없는 '것'들을 솎아내는 편이 글이 한결 깔끔해집니다.

 

영어는 한국어보다 추상화에 능하고 명사 비중이 큰 언어입니다. 한국어로 '새사람이 되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라고 할 것을 영어로는 'Turning over a new leaf requires determination'이라고 합니다. 다시 한국어로 직역하면 '새사람이 되는 은 결단을 필요로 한다'가 되겠군요. 처음 문장에는 없었던 이 생겼습니다. 이렇듯 에 의존하는 문체는 번역 투의 특징이기도 하고, 글을 단조롭고 딱딱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을 피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는 비슷한 역할을 하는 ··따위로 갈음하는 방법입니다. 앞 문장만 해도 '갈음하는 것입니다'로 끝낼 수 있었지만 '방법입니다'로 대신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몸 쓰는 것은 힘들다'는 '몸 쓰는 일은 힘들다'로, '조심하는 것을 추천한다'는 '조심하는 편을 추천한다'로, '아는 것 없다'는 '아는 바 없다'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일·편·바 등은 전부 '것'보다 범위가 좁고 구체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적합한 표현을 골라 사용하면 시종일관 '것'을 쓰는 것보다 생생하고 다채로운 느낌을 줍니다.

 

두 번째는 동사의 어간을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우리말에는 동작의 뜻을 나타내고 '-하다'가 붙어서 동사를 형성하는 명사가 참 많습니다. 이를테면 공부, 운동, 산책 따위입니다. 그러니까 '공부하는 것', '운동하는 것', '산책하는 것'이라고 늘여 쓸 이유가 적습니다. '공부는 지겹다', '운동은 힘들다', '산책은 즐겁다'라고 쓰면 그만입니다. 어간이 명사형이 아니라 그대로 쓸 수 없다면 유의어를 찾아서 대체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령, '쉬는 것은 짜릿하다'는 '휴식은 짜릿하다'로 바꿔 쓸 수 있습니다.